좋은 작품은 무엇을 다룰까? 그건 바로 수치 가 아닐까?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가 그렇듯이,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벌이 그렇듯이, 이청준의 병신과 머저리가 그렇듯이.... 그리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수많은 그렇듯이가 공유하는 있는 인간의 감정은 수치일 것이다.그렇다면 우리는 왜 수치스러운 문학을 읽고, 작가들은 그런 작품을 써내며 평론가들은 그런 작품을 격찬하는 걸까? 어째서 부끄러운 인간을 손가락질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인간을 모방한 작업물이 높은 평가를 받는, 혹은 받아야 하는 걸까?그것은 인간이 스스로를 파멸에 몰아넣는 것은 자신이기 때문이 아닐까?어떤 사람은 외부에서 죽지만 어떤 사람은 내부에서 죽는다. 외부의 원인은 환부도 외부에 있기에 쉽게 드러나고 쉽게 치유될(가능성이) 수 있다. 그렇지만 내면부터 곪아버린 상처는 쉽게 드러나지 않으며 자기도 모르는 새에 사람을 죽여버린다.이 작품으로 오에 겐자부로는 일본이라는 한 국가와 한 마을과 한 가문과 한 사람의 수치를 꿰뚫어서 매달았다. 사람은 내면의 세계와 외부의 크고 작은 세계를 동일한 것으로 쉽게 인식하지 못한다. 그렇지만 오에 겐자부로는 그의 치밀한 작업으로 그 인식을 해낸다.난해한 작품.... 이라는 소리를 들었지만 나는 이 작품을 난해하다고 말하고 싶지 않다. 그의 정밀한 묘사가 읽기 힘들지만 그것 때문에 난이도가 높은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인간이 부끄럽고 그 부끄러운 내면과 그것을 극복하려고 하기 위해 타인을 죽이는, 이 간악함은, 그리고 그로 인한 고통을 말로, 소리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작가는 텍스트의 예술을 통해 말하지 않고 보여준다. 독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이 보여짐을 따라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이토록 처절하게 아름다운 작품은 나는 이전에 본 적이 없다.
일본의 문화와 정서가 담긴 문학을 엄선해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을 깊이 이해하자는 취지로 20년 만에 새 단장을 시작한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의 네 번째 작품. 1994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자 인간의 실존을 끊임없이 고민해온 시대의 지성 오에 겐자부로의 대표작 이다.
시코쿠 산골 마을로 귀향한 미쓰사부로와 다카시 형제가 현재와 과거를 넘나들며 내밀한 상처를 마주하고 치유하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작품에서는 크게 세 종류의 시대가 맥을 이루며 교차된다. 시코쿠의 산골에서 농민 봉기가 일어난 1860년(만엔 원년)부터 태평양전쟁이 패배로 막을 내린 1945년, 일미안보조약 체결에 반대하는 안보 투쟁 이 있었던 1960년을 말한다.
약 100년에 걸쳐 한 가문의 역사 그리고 폭력으로 얼룩진 근대 일본의 민낯이 오에 겐자부로 특유의 굵직한 서사와 장대한 스케일로 그려진다. 평화 헌법 수호에 앞장서며 일본의 양심 으로 불리는 오에 겐자부로의 역작답게, 에는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작가의 문제의식이 한데 담겨 있다.
인간의 상처와 치유의 문제를 한 개인에 머물지 않고 공동체 차원에서 조명하며, 진정한 자기 구원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독보적인 서사와 공동체에 대한 문제의식 그리고 인간을 긍정하는 휴머니즘으로 전후 일본 문학의 포문을 연 은 전 세계 독자들을 공명하며 출간된 지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의미 있는 시사를 던지고 있다.
제1장. 망자(亡者)에게 이끌리다
제2장. 가족의 재회
제3장. 숲의 힘
제4장. 보거나 보이거나 했던 모든 것은
꿈속의 꿈에 지나지 않았던 걸까? _에드거 앨런 포
제5장. 슈퍼마켓 천황
제6장. 백 년 후의 풋볼
제7장. 되살아난 염불춤
제8장. 진실을 말할까? _다니가와 슌타로 토바(鳥羽)
제9장. 추방당한 자의 자유
제10장. 상상력의 폭동
제11장. 파리의 힘. 파리는 우리 영혼의 활동을 방해하며,
우리의 육체를 먹고, 그리하여 싸움에서 이긴다. _블레즈 파스칼
제12장. 절망 속에서 죽는다. 제군들은 지금도 이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
결코 그냥 죽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태어난 것을 후회하면서,
치욕과 증오와 공포 속에서 죽는 일이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_장폴 사르트르
제13장. 재심(再審)
작품 해설 - 회생을 위한 진혼곡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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