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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

 인간의 감정은 공간에 얼마나 지배를 받을까? 저자는 우리의 사랑, 욕망, 권태, 불안과 같은 감정들이 공간에 좌우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신경과학과 건축 및 환경설계를 접목해 심리지리학으로 인간의 감정을 풀어낸다.  심리지리학은 건축물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어떤 공간에서 행복하고 안식을 얻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1장은 자연 공간이 인간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에 대한 내용이다. 현대의 도시인은 자연과 멀리 동떨어진 환경을 구축해서 살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연과의 접촉을 갈망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의 요소에 끌리는 것이다. 저자는 이를 동물이 어떻게 서식지를 선택하느냐에 대한 설명과 연결시킨다. 미국의 지리학자 제이 애플턴은 <풍경의 경험>에서 ‘조망’과 ‘피신’이라는 두 가지 기본원리로 인간이 심미적으로 특정 자연경관을 선호하는 성향을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자연을 접하면 더 행복하고 안전하다고 느낀다고 한다. 자연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것을 알지만 우리는 업무에 중점을 두고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활동에 고도로 집중하며 살아간다. 환경설계의 역사는 우리가 세계를 보고 세계에 존재하는 자연스러운 방식에 대한 체계적인 도전의 역사로 볼 수 있다.   집중력을 끌어내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자연의 질서에 융합된 칼라하리 부시맨의 삶처럼 기술 이전의 사회에서 누리던 생활양식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대신 우리는 주어진 환경에서 최적의 생산자와 소비자가 되도록 단련된 신경장치가 되었다. p. 70   자연을 선호하는 성향은 우리가 어디에서 걷고 어디에 앉을지 선택하는 것부터 무엇을 보고 싶어 하고 어떻게 생활하고 싶어 하는지에 이르기까지 행동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집중력을 끌어내는 기술로 나타나기도 하고 자연 장면의 회복탄력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자연을 향한 우리의 갈망은 가장 중요한 심리지리학적 구조의 토대가 된다. p. 70   2장 사랑의 장소에서 저자는 집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활론자들에 대한 내용이 나오는데 흥미롭다. 건축물과 낭만적 사람을 나누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사물성애자라고 치부되기도 하는 이들은 베를린장벽, 에펠탑, 놀이기구와 결혼을 하기도 한다. 저자 역시 빨간색 통조림 따개에 대한 설명할 수 없는 강한 애착을 느낀 적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집에서 사생활과 수용, 안락과 친밀감을 얻으리라고 기대한다. 주거공간의 모양과 배치가 우리의 감정에 영향을 끼치고 자기에게 꼭 맞는 집을 만나면 사랑에 빠진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런 상호작용을 과학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야 한다.   주거공간에 관한 실험이나 관찰이 대다수 사람이 주거공간과 맺는 관계를 모두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인구 4분의 1은 현재 살고 있는 공간을 집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의 대다수 사람들은 집을 선택하지 않는다. 집이 우리에게 떠안겨질 뿐이다. 개인적인 취향이나 경험에 어울리는 집을 선택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이들은 이사할 때 가지고 다니는 물건에서 애착이 싹튼다. 아무리 척박한 환경에서도 사람들은 집을 개인화해서 통제력을 행사하려 한다.   미래의 집은 어떻게 될까? 미래의 집은 우리의 감정을 파악해서 적절히 외양을 바꾸는 ‘민감한 집’이 될 것이다. 기분이 나쁘면 조도를 낮추고 해질 녘 바닷가의 철썩이는 파도를 보여주며 우리를 달래줄지도 모른다. 건물의 기본구조가 나름의 정신과 성격을 가지고 그 안에 사는 사람과 오랜 세월 감정을 나누는 생명체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SF영화에서 흔히 보아서 그런지 정말 그렇게 될 것 같다. 집이 가족의 일상을 담는 조용한 벽이 아니라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어떨까? 집이 우리의 사랑에 보답해서 우리가 집과 사랑에 빠지게 만들어줄 수 있다면 어떨까? 이것이 바로 미래의 반응형 주택 설계의 전망이다. p. 102   3장 욕망의 장소에서는 전율에 주목한다. 롤러코스터가 많은 테마파크는 장소와 욕망에 관한 몇 가지 정보를 준다. 테마파크의 성패는 오락과 쾌락을 얻으려는 인간의 욕구를 얼마나 충족시키느냐에 달려있다. 카지노에 대한 연구에서 사람들을 도박기계로 이끄는 몇 가지 중요한 원리가 밝혀졌다. 놀이터 카지노 라는 설계로 세계 유명 랜드마크를 대규모로 시뮬레이션하고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장면과 소리를 제시하여 사람들의 기분으로 고양시킨다. 나도 라스베거스의 카지노나 마카오의 카지노에 가본 적이 있는데 자연적인 것들을 많이 제공하고 있어 신기해한적이 있다.   개별적으로든 종합적으로든 우리의 습관과 행동, 감정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저장하는 좀 더 정교한 기술이 출현하면서 우리가 어디를 가든 따라다니면서 내면 깊은 곳의 자아를 침범할 수 있는 환경이 설계되었다. p. 150   4장 지루한 장소에서는 권태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 도시 걷기 실험에서 사람들은 무미건조한 건물 앞에서는 조용하고 움츠러들고 수동적인 모습을 보였고 활기찬 거리에서는 활발하고 수다스러웠다. 텅빈 건물 앞에 서있던 참가자들의 행복과 각성수준이 우울하게 나타난 이유는 우리가 생물학적으로 조금 복잡하고 조금 흥미로우며, 한두 가지 메시지가 담긴 장소에 머물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권태에 대한 연구에서 권태는 우리를 안절부절못하는 상태나 스트레스 호르몬이 높은 상태로 몰아넣는다. 위험한 행동을 저지르게 만들수도 있다. 메리필드와 댄커트의 연구에서는 지루한 경험에 잠깐만 노출되어도 뇌와 신체의 화학반응이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식으로 변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건축환경을 설계하는 사람들이 권태를 유발하는 요인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다.  좋은 도시의 거리는 평범한 보행자가 시속 약 5킬로미터로 이동하면서 약 5초에 한 번꼴로 흥미로운 새로운 장소를 볼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 p. 157  건축환경이 갈수록 보편성을 띠는 요인에 대한 설명 중 교육의 부재라는 것도 공감이 간다. 건축 설계는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크게 미치니 일반 사람들이 건축설계에 대해 심미안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의 기회가 많아져야 할 것이다.   5장 불안한 장소는 불안에 대해 이야기한다. 불안은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더 높게 나타난다. 대도시에서 성장하거나 거주하는 사람들이 시골에서 사는 사람들보다 불안을 촉발하는 사회적 요인에 뇌가 더 강하게 반응한다고 한다.   아직 이유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불안과 관련된 정신장애는 도시 환경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이런 정신장애의 발병률을 통제하는 요인들이 도시 설계 방침으로 쉽게 변형될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하다. 특히 도시에서 자연공간 접근 가능성이 도시 인구의 정신장애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흥미로운 결과가 있다. p. 182   새롭게 증축한 토론토의 로열온타리오박물관의 신관은 날카로운 윤곽선과 폐쇄된 공간으로 사람들에게 반감을 샀다. 반면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은 건축가 프랭크 게리의 대표작으로 우아한 곡선과 기묘한 형상을 자랑하며 보는 위치에 따라 다양한 형태를 드러낸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어떤 공간에서 편안해 하고 행복감을 느끼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장소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었다. 몇 년 전 집을 지은 적이 있는데 설계를 부탁하러 갔을 때 제일 먼저 들은 질문이 집은 나에게 어떤 공간이냐는 질문이었다. 나는 집에서 무엇을 꿈꾸고 원하는가에 대해 깊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에게 있어 집은 편안함과 안정감을 주는 공간이다. 혼자만의 고즈넉한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읽으니 그 때의 생각들이 좀 더 형태를 갖추어가게 된다.

일상생활 속 공간의 심리학별빛 찬란한 밤하늘에 압도되거나 고대 유적 또는 성 베드로 대성당 한가운데서 경외감에 사로잡히는 찰나,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찬 방 안에서 공황상태에 빠지는 순간, 공원을 산책하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시간이나 카지노와 쇼핑몰에서 유혹에 (기꺼이) 넘어갈 때에도, 변치 않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우리의 생각과 감정, 신체 반응에 강력하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 공간이 사람을 움직인다Places of the Heart 는 인간이 건축을 통해 현실공간과 가상공간을 어떻게 만들었으며, 그 두 공간은 또한 우리를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인간의 다양한 정서를 중심축으로 삼아 흥미진진하게 설명한다. 저자인 콜린 엘러드는 워털루대학교의 인지신경과학자이자 신경건축가, 도시현실연구소 소장으로서 자신의 개인사와 대중의 관심사, 그리고 전문적인 지식을 재치 있게 엮어낸다. 그는 ‘신경건축학’이라는 자신의 연구 분야를 ‘심리지리학Psychogeography’라고도 부른다. 콜린 엘러드는 자신을 비롯해 여러 신경과학자, 건축학자들이 새로운 기술에서 얻은 통찰을 책 속에 풍성하게 담아낸다. 쌍둥이도 세대 차이가 난다고 할 정도로 모든 것이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 익숙한 인식의 한계를 뛰어넘는 신기술들이 나날이 등장하여 어떠한 영향을 끼칠지 다양한 각도에서 평가하는 한편, 우리가 살고 있고 살아야 하고 만들어가야 할 세계는 어떤 세계인지 묻는다.

| 감수의 글|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공간의 심리학

| 여는 글|스톤헨지에서 구글 글래스까지,
공간과 만나는 방법
건축의 시작
공간은 우리를 어떻게 움직이는가
정서에 관한 새로운 과학
거울뉴런과 유체이탈 시뮬레이션
행동하니까 느낀다: 원더우먼 자세
무엇이든 디스플레이가 된다: 스마트 건축 세계
우리 앞에 놓인 길

1장. 공간 속의 자연
오지에서 생긴 일
서식지 선택의 생물학
인간은 거주지를 어떻게 고르는가
자연풍경을 접할 때 우리가 얻는 것
자연의 수학: 프랙털과 공간 주파수
자연을 선호하는 성향은 뇌의 어디에서 관장할까?
자연을 시뮬레이션하다
주의력의 문명화: 우리는 어떻게 자연을 등졌나

2장. 사랑의 장소
살아 있는 조각상, 사랑하는 건물
모든 것이 살아 있는 것만 같아!
홈 스위트 홈
가상 주거공간 실험: 어떤 집에 반할까?
평범한 사람들의 주거공간
집의 미래

3장. 욕망의 장소
전율을 추구하는 공간의 발달사
박물관에서 보낸 하룻밤
성공에 도박을 걸다
물건을 향한 욕망

4장. 지루한 장소
도시 걷기 실험
권태의 심리학
대체 왜 지루한 환경이 생겨날까?

5장. 불안한 장소
도시가 만드는 마음의 병
지오트래킹 정신의학
형태가 중요하다
‘타인’에 대한 공포
범죄의 공포, 불안의 비용
내 안의 나를 보호하라

6장. 경외의 장소
조망효과: 우주에서 본 지구
압도적 크기: 경외의 심리학
점점 크게: 불멸을 향한 자기의식
경외감 체험이 우리를 어떻게 바꾸는가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내 몸인가
시선을 위로 향하면

7장. 공간과 기술 1: 기계 속의 세계
‘지금 여기’를 벗어나 배회하는 마음
가상현실의 현상학
난해한 방향감각 상실 증후군
보는 대로 나오는 게 아니야
1인칭 시점

8장. 공간과 기술 2: 세계 속의 기계
유비콤프 시대의 도래
GPS의 출현과 장치 패러다임
한 번 더, 감정을 더해서
지상 관제소에서 지상 관제소로

| 닫는 글| 다시 집으로
과학과 건축 사이에 사람이 있다
머리는 구름 속에, 발은 땅에